뇌과학으로 이해하는 집중력과 습관의 비밀

뇌는 쉬는 동안 일한다 – Default Mode Network(DMN)의 비밀 (확장 편)

silverliningsplaybook 2025. 5. 27. 00:51

우리는 무심코 쉬고 있는 동안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잊고 있던 정보가 불쑥 떠오르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집중해서 생각할 때는 떠오르지 않던 해답이 오히려 산책 중, 샤워 중, 혹은 그냥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에 찾아오곤 하죠. 뇌는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아주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라는 신경 회로가 있습니다.

Default Mode Network란 무엇인가?

Default Mode Network는 뇌가 외부의 자극에 주의하지 않고, ‘내면의 세계’에 몰입해 있을 때 활성화되는 신경 네트워크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상태에서 활성화됩니다:

  • 멍하니 있을 때
  • 잡생각이 떠오를 때
  •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상상할 때
  •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 타인의 감정을 상상할 때

이러한 활동은 모두 자기참조적 사고(self-referential thinking), 마음 이론(theory of mind), 자기 반성, 상상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측 전전두엽 피질, 후방 대상피질, 측두엽, 해마 등 여러 뇌 부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내면의 정보를 통합하고 재구성합니다.

DMN이 중요한 이유

기본 모드 네트워크는 단순한 ‘휴식 모드’가 아닙니다. 오히려 뇌의 복잡한 통합 처리 장치이자 창의성과 자기이해의 핵심입니다. 이 네트워크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기억의 정리와 통합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수집한 정보는 즉각적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DMN은 우리가 쉴 때 그 정보를 연결, 정리, 재구성해줍니다. 이는 장기 기억으로의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학습한 내용을 내재화하는 데 결정적입니다.

2. 창의적 문제 해결

문제를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동안은 정해진 방식으로만 사고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DMN이 작동할 때 뇌는 자유롭게 연상하고, 전혀 연관 없어 보이던 정보들을 연결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냅니다. ‘인사이트(insight)’ 또는 ‘유레카 순간’은 종종 DMN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3. 자기 성찰과 감정 조절

DMN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성찰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며, 인간관계에서의 복잡한 감정 반응을 조절하는 데 관여합니다. 이는 감정적 자기조절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으며, 정서적 회복 탄력성과 집중력 유지에 영향을 줍니다.

쉬는 동안 더 창의적인 이유

많은 창작자들이 “산책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거나, “샤워할 때 좋은 생각이 난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창의적인 통찰이 발생하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DMN은 이질적인 정보 간의 연결 고리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의식적으로 집중할 때보다 오히려 비의식 상태에서 더 창의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죠.

“몰입 상태가 빠르게 반짝이는 스포트라이트라면,
DMN은 그 배경에서 천천히 연결을 이어주는 실내등이다.”

뇌는 쉬는 동안 일한다 – Default Mode Network(DMN)의 비밀

 

집중과 DMN의 관계는?

재미있는 점은 **집중 상태의 뇌 네트워크(Task-Positive Network)**와 DMN이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 집중할 때 → DMN 비활성화
  • 멍 때릴 때 → DMN 활성화

이는 곧 의식적 집중비의식적 창의성번갈아 가며 작동해야 뇌가 균형 잡힌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일에 집중했다면 반드시 DMN이 돌아올 수 있는 **‘비움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짜 의미 있는 정보 처리, 정리, 창의적 사고가 가능하죠.

DMN과 수면, 낮잠의 연결고리

DMN은 깨어 있는 동안에도 작동하지만, 특히 수면 중에 활발한 재정리 작업을 수행합니다.

  • 수면 초반: 해마에서 대뇌피질로 기억 이동
  • 렘수면 단계: 감정 관련 기억 정리
  • DMN의 활동은 수면 중 정보 통합과 정서 회복에 깊이 관여

또한, 낮잠 후 DMN의 활성도가 증가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짧은 수면이 기억력 향상, 집중력 회복, 감정 안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명상과 DMN – 휴식의 질을 바꾸는 도구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은 DMN의 과활성화를 줄이고, 주의력 조절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도한 DMN 활성은 걱정, 잡념, 자기비판과 연관되며, 이로 인해 주의 분산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명상을 통해:

  • DMN의 자동적 사고 패턴이 감소하고
  • 주의 전환 능력이 강화되며
  • 감정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즉, DMN을 무작정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켜고 끄는 유연한 뇌 사용법이 중요한 것이죠.

DMN을 활성화하는 뇌 친화적 습관

DMN의 작동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잘 활용하기 위한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의식적인 ‘멍 때리기’

잠깐의 멍한 시간은 뇌의 자연스러운 정비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일정한 업무 주기 후 5~10분간 자극 없는 환경에서 멍하게 쉬기는 DMN 활성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2. 산책과 자연 속 거닐기

걷기는 리듬감 있는 운동이자, 생각의 흐름을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자극입니다. 특히 자연 환경은 DMN의 회복성과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디지털 디톡스

SNS, 뉴스, 영상 등의 과도한 정보 입력은 DMN의 내적 사고 흐름을 방해합니다. 하루 일정 시간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4. 수면과 명상

깊은 수면은 DMN이 정보를 ‘재편집’하는 골든 타임입니다. 또한 마음챙김 명상은 DMN과 집중 네트워크 간의 균형을 잡아, 더 유연한 사고와 감정 조절을 가능하게 합니다.

집중력과 창의력은 ‘쉼’에서 태어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해서 일을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뇌는 멈춰야 작동하고, 비워야 채워집니다. Default Mode Network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가장 중요한 사고 활동을 수행합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몰입과 창조는 쉼에서 시작됩니다.
일과 중 의도적인 ‘멈춤’이 오히려 집중력을 회복시키고,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잠깐의 쉼을 통해 집중력과 창의력을 다시 깨워보자.